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영재교육 성장에 대한 투자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출범에 따라 보다 발전된 영재교육의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시하는 영재교육의 연구와 정책 동향을 알아봄으로써, 우리나라의 미래지향적인 영재교육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미국의 영재교육
미국 영재교육의 태동은 존스 홉킨스대학교 길먼(Gilman) 총장 주도하에 1876년에 심리학연구실에서 시작된 영재아 연구와 하버드대학교 제임스(James)가 1875년에 그 대학의 심리학 연구실에서 시작한 인간심리에 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이 두 기관의 영향을 받아 터만(Terman)은 영재교육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효시가 되었으며, 그의 50년간 연구를 집대성한 영재의 발생학적 연구는 영재에 관한 연구와 교육의 기초를 마련해주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영재교육 연구는 약 12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박성익, 2003).
미국의 영재교육은 주 정부가 중심이 되어 자율적으로 실시하므로 획일화되지 않고 주마다 약간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영재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계열성과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지속적으로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영재학교, 영재학급, 마그넷 스쿨, 영재교육센터와 같은 다양한 교내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을 위해서는 AP(Advanced Placement)8제도, 이중등록제도, 조기 학점이수제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15개 정도의 수학·과학 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영재교육의 대표적 운영제도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김충원, 2000). 첫째, 과학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재학교를 운영한다. 둘째, 대학·지역교육청·박물관 등 수많은 기관에서 영재교육센터를 운영한다. 셋째, 영재교육을 전담하는 중심학교가 인근의 영재학생들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영재교육 수강 기회를 제공한다. 넷째, 가장 일반적인 일반 학교 내에서 방과 후 교육 · 소집단별 교육 · 개별화 교육 등의 형태로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미국 영재교육의 전반적인 특징은 영재의 잠재적 능력과 수월성을 최대한 신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의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영재교육법을 제정하고 아울러 제도적 · 행정적 ·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영재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어떠한 기관이나, 잠재적인 영재성을 인정받는 학생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영재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두고 있으며, 영재교육의 운영에서 교과과정·프로그램·교수법 등이 획일화되어 있지 않고 자유롭게 구성하고 개발하여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또한 미국의 영재교육은 주별, 지역별, 학교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재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 면에서 신축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특수 재능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의 운영, 지역공동 영재학교 운영, 일반학교에서의 영재반 운영 등 학생·학부모·학교·지역 사회의 요구와 실정에 부합하는 영재교육의 실시가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아울러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영재들의 학습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동시에 조기 진급과 조기 졸업이 가능하고, 이에 따른 상급학교 진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영재교육
과거 이스라엘은 국민의 강한 평등주의 교육철학 때문에 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인식했고, 따라서 영재를 위한 어떤 특별한 교육형태도 제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의 영재교육은 국가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이스라엘은 규모가 매우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문교부가 영재교육의 모든 면을 관장한다. 영재교육의 목표, 영재의 정의, 영재의 특성, 영재교육과정, 교육기관의 설치·운영 방법에 대한 규정 등 모든 면을 문교부 영재교육과가 관장하며, 판별 도구 개발이나 교육과정의 개발 등 영재교육에 관한 전문적인 측면은 Szold 연구소가 지원한다(조석희, 2003).
이스라엘에는 초·중등학교 9년 과정의 공립으로 영재특별반을 운영하는 Hillel 학교와 초·중학생을 위한 pull-out 방법으로 금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한 5일 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Ofek 학교, Tel-Hai 대학 부설 영재교육센터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만 5세부터 중학생까지 전국 1천여 명의 영재들이 학교 수업 후 매주 1∼2회 영재수업을 받는 어린이 창의성과 우수성 개발 연구소, 우리나라의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와 같은 사립 기숙학교인 이스라엘 예술과학학교, 여름방학 동안 대학 입학 전의 학생들을 위해 자연과학 분야의 교육을 실시하는 Weizmann 과학연구소 등의 영재교육기관이 있다(이진영, 2001).
이스라엘 영재교육이 주는 시사점은 평준화 교육정책과 수월성 교육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양자가 동시에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교부에 영재교육과를 설치하여 운영함으로써 영재교육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영재교육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학생을 조기에 발굴하여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간학문적 접근방법을 사용하여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강조하는 영재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이 교육과정 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학습내용은 과제 중심의 주제학습이 주로 이루어지며, 학문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자적 가치와 철학을 강조하는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영재교육
동양에서는 일찍이 공자·맹자 시대에 영재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기원전부터 중국에서 영재교육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중국은 1970년대 말까지 학교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근 100년간 반봉건적, 반식민지 상황에 빠져 있어 당연히 농업과 공업이 낙후되고 문화나 과학 수준 또한 아주 낮은 형편에 처해 있었다.
이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선 후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전 국민의 문화수준을 높이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교육을 보급하고, 문맹을 퇴치하는 일이 필요했다. 때문에 극소수의 영재아동을 발굴해서 특수교육을 시키는 것이 국가교육의 계획 안에 포함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중국이 영재교육이란 제도를 공교육 속에 도입하게 된 것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천명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한 1978년부터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이 도입한 시장 경쟁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했고, 이러한 인재양성을 위한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영재교육이다.
중국에서는 소학에서부터 고급중학교까지 12년을 8년 과정에 마치는 초등단계의 영재교육과 초급중학교와 고급중학교의 6년을 4년 내에 이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등단계의 영재교육, 그리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교육단계의 영재교육으로 운영 실태를 구분할 수 있다.중국의 영재교육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보다도 영재학생들의 진로가 명확하게 보장된다는 점이다. 실험반을 졸업하면 자유롭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물론 엄격한 입학절차를 거치게 되지만, 다양한 평가절차를 통해서 영재학생들이 수월하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처럼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나 영재교육을 수강하는 학생이 모두 대학 입시제도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학생의 영재성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영재교육은 어떤 일방적인 정부의 방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다양한 노력에 의해 매우 특색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관련 연구기관과 영재반의 유기적인 연계하에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러시아의 영재교육
1990년 이후 러시아는 옐친 대통령의 명령 하에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영재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영재교육 실천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과거 러시아는 50여 년의 영재교육 역사 속에서 그들만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틀 속에서 연구한 독특한 영재교육을 실천하여 세계의 영재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다(이순주, 2003).
영재교육을 위한 구소련의 교육제도는 1960년대 이후에 생긴 현상으로 수학, 물리를 비롯한 자연과학과 외국어 등에 우수한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할 목적으로 수학 물리학급과 수학 물리학교, 외국어학교 등의 특수학교를 설립하였다.
또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시되는 경시대회는 특수학교 설립에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구소련은 1959년의 학제개혁을 전후하여 세 가지 유형의 영재교육을 제도적으로 시행하였다. 기숙학교 제도, 수학 물리학교와 외국어학교라는 특수학교 설립, 능력별 학급편성제 운영이 그것이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러시아의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시작된 개혁의 바람은 러시아 교육 전반에 대한 민주화 운동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의 영재교육도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는 영재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영재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1994년 8월에는 러시아의 어린이라는 특별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정부의 도움으로 연구 개발하는 데에 많은 교육학자들과 연구기관들이 참여하였으며, 1년 후에는 이 프로그램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영재아 프로그램은 전체 아동의 20%가 영재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며, 이 프로그램에서 실시하는 수준별 차별화 교육과 선택적 차별화 교육을 통해 러시아의 아동들은 각자의 능력에 맞는 차별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다.
러시아의 영재교육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각종 영재학교의 교사 수준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 특수영재학교 교사의 상당수는 박사학위를 소지한 대학교수들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각종 영재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는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배우는 수준 높은 교과내용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또 하나의 성공 이유는 영재학교의 조직이다. 대부분의 러시아영재학교는 자체 내에 교과서나 참고용 도서의 연구, 출판과 관련한 학술연구실이나 출판부가 이를 통해 영재학교 교사들이 다양한 유형과 수준의 교과서, 교과용 참고도서를 출판하고, 계속적인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
싱가포르의 영재교육
싱가포르 영재교육은 교육부의 주도하에 학생의 학습속도에 적합한 개별화 교육을 적극 실시한다는 새 교육체제의 일환으로 1984년부터 실시되었다. 교육부는 지적으로 매우 뛰어난 영재들이 있으며, 이들의 필요에 부합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교육부에서는 1983년 지적인 영재를 위한 영재교육의 목표, 방향 등을 담은 국가영재교육안을 마련하였으며, 교육부에 영재교육과를 설립하였다.
싱가포르 영재교육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영재학생들이 지적 수단과 태도를 갖추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영재학생들이 건전한 도덕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사회와 국가의 변화를 유도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영재를 위한 심화학습은 내용, 과정, 산출, 학습 환경의 네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싱가포르의 영재교육과정 기초학습 내용과 관련한 지도 원리는 기본 내용을 더 깊고, 더 넓게 가르치며, 필요한 경우 최신의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 개인의 필요와 흥미에 더욱 부합하도록 하며, 서로 다른 교과와 내용을 통합하여 지도하며, 실생활 문제에 대한 탐구를 격려한다. 그리고 여러 교과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문제에 대한 탐구도 격려한다.
심화학습 과정과 관련한 지도 원리는 고차적인 사고능력을 개발하며, 발견학습의 기회와 개방적인 문제해결의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조사기술이나 개인 연구기술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습 양식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도전략을 사용한다. 소집단 활동과 동료 교수의 기회를 제공하며,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산출과 관련된 지도 원리는 학습한 것을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하도록 격려하며, 창조적 표현을 장려한다.
학습환경과 관련한 지도 원리는 학습자 중심의 지원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실패나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여행, 사사제도,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 등과 같은 학교 밖의 자원과 환경을 많이 이용하도록 한다.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국가·사회적 의식과 사회에 대한 자발적인 봉사의식을 신장하기 위해 실시한다.
싱가포르의 영재교육은 일반 학교 안의 상설 영재학급을 통해 운영된다. 이는 영재학생들의 일반 학생들과 교류 및 사회·정서적 발달을 고려한 교육적 판단에서 기인한다. 영재학교의 학생 수는 전체 학생 수의 1% 미만으로 극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이 실시되나, 이는 일반 학교에서도 초등학교 고학년 단계에서는 세 개의 능력별 집단을 구성해 교육을 받고, 중등학교에서는 상위 10% 학생들을 특별과정에서 교육받게 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도 속진보다는 심화과정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더 깊이, 더 넓게 가르치려는 노력이 교육과정 운영의 쟁점이다. 영재교육의 제도적 장치로서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도 교육부에 영재교육과가 설치되어 있고, 이 안에서 여러 영재교육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국가의 영재교육정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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